연이은 밤샘 실험과 레포트를 끝내고 일주일의 휴가가 생겼다. 지금도 그럴테지만 공과대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스파르타로 교육시키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있나보다. 칙칙한 단련의 생활중에 맘에 맞는 친구들 다섯명이 소형차에 몸을 싣고 강원도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친구들과 처음 떠나는 여행.
설레임과 그치지 않는 웃음은 아직도 엇그제 같이 생생하다. 지금은 강릉으로 가는 도로가 좋아졌으나 그 당시에는 꼬불꼬불한 고개 세 개중 하나를 넘어야 했다. 대관령, 미시령, 추풍령 중 하나였던가? 에어콘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차에 덩치 큰 남자 다섯명이 뭐가 재미있었을까?
누군가 리어카제 최신 음반 테이프를 가져왔고, 몇 시간을 반복해서 들어야만 했다. 그 중 특이한 음악이 하나 있었는데 "룰라의 100일째 만남"이었다. 라디오 듣기를 좋아하고 대중음악에 친근해 있었으나 룰라의 곡은 매우 신선했다.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이 임백천이 사회를 보던 특종 TV연예에 나왔던 기억처럼.
특종TV연예 처음 출연한 서태지와 아이들. "난 알아요"를 불렀고 76점을 받았다. 심사위원중에 한 사람은 가사가 정확히 전달되 않는다는 평도 했었다. |
그러다가 신정환을 다시 영상매체에서 보기 시작한 때가 일요일 아침 남희석, 최양락, 박수홍등이 진행하던 "좋은 친구들"이라는 프로였다.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TV 채널을 돌리다보면 볼 수 있었다. 비교체험 극과극 이라는 아이디어가 많은 코너가 있었는데, 가장 고급 중국집과 가장 저렴한 중국집을 비교하는 식의 프로였다. 어느날 컨츄리꼬꼬라는 듀엣이 나와서 노래는 하지 않고 개그를 하는데 기존의 개그맨들과는 달리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웃겼다. 컨츄리꼬꼬는 싼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자신을 비하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비교체험 극과극에서 가장 저렴한 음반점을 찾아간 편이었다.
좋은 친구들 |
중고등학교때 4-50분 걸리는 버스를 타고 친구들과 동대문에 놀러갔던 적이 있었다. 낡은 중고 음반(LP)을 파는 곳에 들러서 변진섭, Judas Priest 등의 앨범을 샀었던 곳인데 10여년이 지난 그 장소에 컨츄리 꼬꼬가 방문했던 것이다. CD의 등장으로 3,4백원 밖에 안하는 중고 음반들. 빽판이라고 불리던 복제 음반들이 쌓여있었다. 신정환은 그 자리에서 음반을 던지고 놀더니 급기야 양손에 들고 판춤이라는 것을 췄다. 나중에 스튜디오 안에서 양손에 들고 추기도 했는데, 그 모습은 장난꾸러기 친구의 모습이었다.
정신통일 - 두뇌의 벽, 신의어깨
깊은밤의 서정곡 - 나도 블랙홀 좋아하는데...
Tribute site (신정환 정신 차려라)
신정환의 군대시절 |
그가 룰라 초기 인기가 절정일때 입대해서 앙골라에 파병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스스로를 이기고 다시 대중의 곁으로 돌아와 사랑 받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를 보면서 내 젊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가끔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