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집에 인문계열 서적이 많이 굴러다닌다.
필요에 의해서이기도 하고, 인문 서적에 늦바람이 들어서이기도 하고..
한때는 실력만 있으면 다 되지 않아?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물론 아주 어렸을때.. 혹은 젊었을때이다.. 실력있는 사람보다 뭔가 정치적이고 말잘하는 사람들이 더 성공하는게 부당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살다보니, 실력이 가장 중요한 시기는 신입사원 때이거나.. 기껏해야 30대 초반까지.
물론 그 실력조차 없으면 일찌감치 짐 싸야겠지.
그 이후로는 관리자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실력에 하나가 더 보태지지 않으면 안된다.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은 그걸 "정치" 라고 하기도 하는데, 내 생각엔 "소통"이다. "정치"라는 말도 틀린건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 정치는 소통의 하위 개념이다.
내 생각에 사회에서 잘 살아남고 잘나가는 사람이 되려면 소통에 능통해야 할것 같다. 1차적이고 기본적인 소통의 단계를 넘어서, 전략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면, 그사람이 출세를 못할 이유는 없지 않나. 그리고 전략적인 소통 능력이 진심에 바탕을 두어야 할것 같다. 전략만 있고 진심이 없다면, 나에게 충성을 바치는 자는 없을 것이다.
소통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소통의 1차적인 기술은 유치원때 가르친다.
친구랑 싸웠을때, 유치원 선생님들은 왜 싸웠을까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면 친구가 왜 화가 났는지, 나는 또 왜 화가 났는지 알게된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단계이다. 그다음엔 "친구야 미안해"라고 말하게 한다. 상대방은 "괜찮아"라고 답한다. 소통의 단계이다.
이러한 간단한 1차적인 소통의 기술은 유아기때부터 가르치지만, 어른들도 마스터하기 힘들다. 일단 그 기본이 되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힘들기 때문일것 같다. 그 기본기가 갖추어지면 1차적 소통의 기술은 저절로 따라올텐데.
인간에 대한 이해는 인간의 심리, 역사, 사회, 경제 등등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온전히 이루어질수 있을것 같다. 유치원 시절엔 상대방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 정도만 있으면 충분했지만, 어른이 될수록 점점 더 이해해야 할 분량이 많아지는것 같다.
인간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화를 한다면 1차적 소통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고, 별 문제 없이 관리자 역할을 하면서 한 45세까지는 갈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45세 이후에, 전략적 소통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그 사람이 그냥 그렇게 살건지, 더 잘나갈건지가 결정이 될것 같다.
전략적 소통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회에서의 성공이 정치나 줄서기에 좌우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입장에선 줄서기란 그저, random한 확률 게임일 뿐이고, 전체를 좌우하는 governing rule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governing rule이 안보이는 사람의 입장에선 실력있는 나보다 저사람이 더 출세한게 부당하게 느껴질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부당한 케이스일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다.
근데 글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몇 안되니 잘 살아남아서 출세하는것 아닐지.
이 장면에서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다시 살펴보면..
난 다른 사람들보다 정신연령 내지는 사회적 연령이 약 10년 뒤지게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다시말해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남들에 비해 너무너무 뒤쳐졌었다는 이야기다.. 음. 그생각을 하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왜그리 늦었는지 말이지..
그러니 1차적 소통의 기술은 당연히 10년 뒤지는 거고, 전략적 소통 기술은.. 그런게 있을수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살았지.
다행히 주변에 그런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간간히 있었는데, 그 사람들을 매우 신기하게 여겨 연구를 거듭한 결과.. 내 상태에 대한 진단을 내릴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아그들한테는 나의 역사를 반복하게 하면 안되겠지...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막강한 기본기를 일찌감치 터득하도록 인도하여야 할 것인데..
그러려면 별 방법이 없지.. 책을 많이 읽히는 수밖에 없는거지..
특히 인문서적을 탐독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는 늦바람이 났지만.. 애들은 어릴적부터 인문서적을 많이 읽게해야겠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오늘 송파도서관에 애들 대출증 만들어주러 갔다. 어린이 열람실이 따로 있다길래 열심히 갔는데..
어린이 열람실은 무슨 단기 휴일이라며 3월31일까지 놀고..
독서실에 공부하러 온 애들만 잔뜩 기다리고 있고..(독서실 꽉차서 자리 날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애들이었음) 도서관 앞마당에선 다들 담배 뻑뻑 피고 있고... 영 아니더군... 올해말에 근처에 어린이 도서관 생긴다던데 거기나 가야지... 설마 담배피는 어린이야 없겠지.
하여간 책을 열심히 읽어서 기본기를 훌륭히 마스터하면,
나중에 뭐가 되든 심지어 가정주부가 되더라도, 주변을 잘 다스리면서 살수 있을 것이다. 결국 결론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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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모여사의 블로그 (주인장 허락 받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