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행복은 가까이에 있는가.
토이스토리 3편과 톨스토이의 단편이 말해주는것.
인간은 사랑으로 산다. 등등의 오래된 이야기..
너무 진부한듯?
거봐. 행복은 별거 아니래잖아. 가까이에
있다잖아.
쓸데없이 머리터지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살어.
파랑새는 내집 앞마당에 있다잖아.
그냥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면 되지 않겠어? 복잡하게 살지 말라구.
이렇게 이야기하고 끝내면 되는건가?
행복을 찾아서 떠나는 이 여행이 내집 앞마당에서 끝날거라는거.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세상에 전해 내려오는 수많은 책들과 수많은 경험들이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내 여행이 제대로 된 여행이라면 역시 그들과 똑 같은 결론에 도달하리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러는데 행복은 내집 앞마당에 있대~~
이런 허술한 자각을 가지고서 과연…
내 인생의 어느날, “6개월 밖에 안남았습니다” 라는 의사의 진단을 담담하게 마주할수 있을까? 반대로, 아직 살날은 많이 남았는데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력도 없는 상태를 맞이하고도 그 인생속에서 행복을 찾고 가치를
찾을수 있을까?
행복이 내집 앞마당에 있어도 내가 발견하지 못하면 없는 것이다.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내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꽃은 없는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그래서 나는 앞마당에 있는 행복을 발견하려고 멀리멀리 여행을 떠난다.
앞마당에 있는줄 분명히 알면서도 떠난다.
그런데 반갑게도, 나만 떠난게 아니더라.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주인공 산티아고도 떠나더라. 보물을 찾으러.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
양치기 산티아고가 이상한 꿈을 반복해서 꾼다. 피라미드 앞에 보물이
묻혀있는데, 그걸 파내려 하는 요상한 꿈이다. 나같으면 안그럴
것 같은데, 산티아고는 그 꿈을 믿고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찾아서 멀고먼 여행을 떠난다. 이래저래 해서 (‘이래저래’가
뭔지 궁금하면 약 200쪽 정도를 다 읽어보면 된다) 피라미드에
도달해서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데 웬 도적 (실은 병사..)이
나타나서 두들겨 패고 금덩어리를 빼앗는다. 산티아고는 맞아 죽을까봐 겁나서 보물 이야기를 한다. 바로 요기 보물이 묻혀 있다길래 파고 있는거라고…
그 도적은 산티아고를 정신나간 놈 취급을 하면서, 그런꿈은 나도 꾼다
하며 무시하고 가버리는데. 그 도적놈이 꾼 꿈은 그 보물이 산티아고의 고향 동네 무화과나무 밑에 묻혀있는
꿈이라는군..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으려고 지구를 뱅글 돌아서 이집트에까지 갔지만, 결국
보물이 동네 나무 밑에 묻혀 있다는걸 깨닫는다는 이야기. (ㅋ~ 역시
보물은 내집 앞마당에…)
근데 이거랑 무쟈 비슷한 영어 그림책이 있다 (번역본도 있음).
<연금술사>랑
너무 비슷해서 표절한거 아녀? 하는 의심마저 들정도.. 아니면
전래동화 같이 다 알고 있는 내용인 것인지.. 서로 영감을 받아서 쓴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 영어 그림책은 32쪽 밖에 안되므로, 연금술사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대신 읽어도 좋을듯.
Uri
Shulevitz <The Treasure>
하여튼.. 보물이든 행복이든.. 가까이에
있다.
그런데, 가까이에 있는걸 알긴 하는데, 가까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 실체도 모른다.
그걸 알려면 먼~ 여행을 떠나야 한다.
지구를 반바퀴나 돌아야 하는 여행일지도 모른다.
집앞에 있는걸 발견하기 위해 2만 킬로미터의 여행을 떠나야 된다는
사실이 우습지만, 어쨌든 그래야 할 것 같다.
운좋으면 5천 킬로미터쯤 가서 발견할수 있을지도 모르고.
고대로부터 유명한 철학자들에게 의존하면 혹시 더 빨리? 발견할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열심히 고민하는 것이 인생 복잡하게 만들거나
머리 터지게 만들려고 쓸데없이 하는 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꼭 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 여행을 떠나려고 작정을 했고. 여행하다가 행복한 인생은
어떤 것일까 조금씩 알게 되길 바라고, 그렇게 알게 된 것들을 잘 기억해 놓았다가 애들하고 공유할수
있길 바라고, 그래서 애들이랑 미래를 공유할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엄청 숭고하고 엄숙하고 경건해 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