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29, 2012

행복을 찾아서 - (3) <토이스토리 3>과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러던 어느날 애들이랑 같이 토이스토리 3탄을 보러갔다.
토이스토리 3탄은 1, 2탄과는 달리 감동코드를 집어넣으려고 노력했다.
거의 끝날때쯤 되어서, 토이들이 쓰레기 소각장의 시뻘건 불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 다 죽게 생겼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토이들이 모두 손을 맞잡고, 우린 함께 있으니까 괜찮아! 하며 의연하게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한다. (실제로 죽지는 않음. 친구 토이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된다)
우린 함께 있잖아! 라는 메쎄지는 3탄 전체에 걸쳐서 일관되게 전달하려고 하는 주제이다.

이 장면에서 토이들에게 완전 감정이입된 나.
시뻘건 불길은 무섭지만, 사랑하는 토이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무섭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음을 느낀다. 이때 나의 심리상태는 토이들과 완벽히 혼연일체 상태임.
한줄기 눈물도 찔끔 나고….
나중에 비됴로 봐도 역시 찔끔 눈물 난다.

어쨌든.. 토이스토리 3탄을 보고서 느낀 것.
편안한 삶이 행복한 삶일지 모른단 나의 가설은 틀렸구나.
죽음을 앞에 두고도 행복할 수도 있는 거구나.

지구 온난화나 석유고갈 사태 같은거.
내가 고민해봤자 해결되지도 않는 문제들.
이런것들이 행복을 저해하는 본질적인 요소들은 아니로구나.

토이스토리 3탄을 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지구 온난화 사태에서 우리 애들을 어떻게 지킬까. 하는 고민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몇 년동안 지고 다니던 짐을 벗어놓은듯 홀가분했다.

그러다가, 초딩때 읽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톨스토이 단편이 생각났다.
초딩때도 매우 감동하며 읽었었는데, 그걸 다시 읽었다.
천사 미하일이 잘못을 하고 땅으로 뚝 떨어져서
구두장이 집에 7년을 머물면서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3가지를 찾아내어 깨닫고는 하늘로 올라가는데,
결국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이야기.

사람은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편안한 상태여야만 살수 있는게 아니라
사랑으로 인해 살수 있다는군.
특히 마지막 3번째로 미하일에게 깨달음을 준 장면이 그렇다.
쌍둥이를 낳고 엄마가 죽었으나, 이웃 여인의 사랑으로 엄마 없는 쌍둥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걸 보고서 미하일은 마지막 깨달음을 얻고 하늘로 올라간다.
인생이 편안할 만한 최소한의 조건도 갖추지 못한 쌍둥이인데도, 사랑이 있어서 잘 자랄수 있었다는 것. .. 적어도 내가 이해하기엔 그랬다더 심오하게 캣치해야 할 무엇이 있었다 해도 난 모른다내 수준은 여기까지

토이스토리 3탄과 왠지 통하지 않나?
내가 애들을 아무리 지켜주려고 한들 내힘으로 안되는 것들이 있을 뿐더러,
내가 지켜주려는 것들 (편안한 삶 같은 것들)이 실은 애들의 행복에 있어서 본질적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 손자의 손자와 그 손자의 손자까지이 많은 애들을 어떻게 편안하게 지켜주나 몇 년간 고민에서 헤어나지 못했었는데,
토이스토리 3탄과 더불어 톨스토이 아저씨가 한방에 해결해 주셨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않을소냐.

이제 내 자식과 grand children 들의 편안한 삶 까지는 걱정 안해도 되고,
다시 본연의 질문으로 돌아갈수 있게 되었다.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떠할 때 행복한가?

Wednesday, January 25, 2012

행복을 찾아서 - (2) 행복은 편안한 삶인가?


1.     행복은 편안한 삶인가?

행복한 인생이란 말에서 느껴지는 것은?
편안하고 풍요로운 느낌. 일단 직관적으로 그런 이미지들이 다가온다.
편안한 삶은 행복하겠지.
그럼 나는 애들이 편안한 삶을 살도록 써포트 해주고 가이드 해주어야겠군.
여기까지는 매우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이다.
그런데그 구체적 실천방안을 구상하다가, 헤어나기 어려운 고민의 나락에 빠진다.

편안한 삶의 구체적인 모습은?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사회적으로 지위도 있고, 등등등
더 구체적으로는 금융자산 20억쯤 있고, 좋은 직업도 있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하고 등등등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러다가 20? 이건 너무 많은데? 하며 한발 물러나기도 하고좋은 직업 가지려면 좋은 대학도 보내야겠군, 이런 생각도 하고..

그러다가, 내가 내 자식으로 하여금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하고파서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수천년 묵은 철학적 고민마저 들쑤셔서 껴안고 있는데, 내 자식 또한 같은 심정이 아니겠는가?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그렇다면, 내 자식이 행복하려면 내 자식의 자식까지 행복해야 하는구나. , 내 손자까지 행복해야 내 자식이 행복하겠구나!

그럼 무엇이냐. 결국 내 손자까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인가?
마찬가지 논리로 내 손자가 편안하고 행복하려면 그놈의 손자까지 편안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이야긴데, 그렇다면 내 손자의 손자놈까지 편안해야 나와 내 자식이 행복하단 얘기냐? 그게 도대체 가능하기나 한 얘기냐!! 이건 끝없는 시간의 고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 아닌가.

그래서 예로부터 자손만대로 이어지라는 둥, 그런 이야기가 있는 것이로구나!
그런데 이 지구라는 조그만 별이, 자손만대가 깃들어 살만한 땅일까?

내 자식이 살아가야 할 시대에 석유가 고갈되어 대혼란이 발생하면 어떡하지?
그래서 전쟁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그 전쟁에서 내 자식이 자기 자식을 잃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지금 내가 누리는 온갖 문명과 편의와 물질적 풍요가 모두 사라지게 되면 어떡하지?
아니면 지구 온난화가 급속히 진행되어서 엄청난 생태계의 혼란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그래서 지구의 생물종들이 급속히 멸종되어 가면, 그 힘든 시기를 내 자식이 어떻게 견딜수 있을까?

대체 이런 불가항력적인 것들로부터 내 자식과 내 자식의 자식을 어떻게 지켜야 한단 말이냐. 과연 지킬수나 있는 것이냐.

나는 답을 낼수 없는 이런 고민속에서 몇 년을 잠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
편안한 삶이 행복한 삶 맞나? 라는 의문도 옆구리에 끼고서.
답을 낼수 없으니, 헤어나올수가 없었다.


Wednesday, January 18, 2012

행복을 찾아서 - (1) 고민의 시작



1.     고민의 시작


어떤 인생을 살기 원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기는 어렵지 않다.
행복한 인생.
그렇지만 어떤 인생이 행복한 인생인가? 라고 물으면 어렵다.
행복한 인생을 살기 원하는데, 어떻게 사는게 행복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그래서 고민을 좀 하다가 결국 에라이 모르겠다 잘먹고 잘살면 되지 뭐. 그러고 다시 총총.. 자기 할일 하러 간다.

그런데 나는야 걱정을 달고 사는 아짐.
자기 할일 하러 갔다가 걱정땜에 다시 돌아온다.

걱정1. 내나이 70도 훌쩍 넘어 인생 끝이 보이기 시작할 때, 내인생 괜찮았나? 행복했나? 여기에 대한 답이 시원찮으면 어쩌지? (수십년 앞의 일을 땡겨 걱정하는 쎈스)
걱정2. 행복한 삶이 뭔지 모르면, 애들한테 대체 어떻게 살라고 이야기해야 된단 말인가. 애들에게 어떤 준비를 시켜서 세상에 내보내야 된단 말인가.(이건 책임감)

70 넘어서.. 내인생 별로였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우울할까.. 지금 상상만 해도 우울하기 짝이 없다. 그런일이 벌어지게 하고 싶진 않다.

그리고정말루 우리 애들은 아주 행복~하게 살았음 좋겠다. 근데애들하고 관련하여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예를 들어, 가방끈이 황금끈에다 길기까지 하면 행복한가? 이런거다. 황금가방끈을 메고서 행복에 가까워질수 있다면, 애들을 공부를 열~심히 시켜주면 될것인데, 과연 그런지 확신이 없는거다. 내가 애들에게 어떤 준비를 시켜줘야 하는가?

그래서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일까? 에 대한 답을 구하러 다닌다. 그렇다고 해서 산에 도닦으러 들어갔을리는 없고,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에서 힌트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집짓는 까치를 보면서 생각하기도 하고, 비싼 외제차 몰고 다니는 아짐들을 보면서 생각하기도 한다.

처음엔 내가 주관식 시험 보듯이 답안을 써보려고 하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책에서 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이 질문이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구나. 수천년 묵은 것이로구나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친거다. 그래서, 내가 맨땅에 헤딩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로구나우선 훌륭한 철학자들이 쓴 고전부터 읽어야겠구나 하고 깨달았다. 인류가 드디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 그러니까니 석기시대에 도달한 것과 동급의 깨달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철학책이나 고전을 미친듯이 읽었느냐. 그건 또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어차피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가는데 한참 걸렸으니, 나도 한참 걸리겠지. 쉬엄쉬엄동굴에 벽화도 그려가면서, 그렇게 가는거다.

그런데 그렇게 가다가 책을 한권 만났다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사계절 출판사)
경쾌하게 논어를 읽는 책이라는데, 청소년 용이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경쾌한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내수준에 딱이다. ㅋㅋ
그 책을 읽다가 <안연> 편에서 극기복례 라는 말을 만났다. 이거.. 고딩때 한문시간에 배운 건데..?
그때는 해석하길.. 나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다.

이러니 사람들이 논어를 고리타분 하다고 하지. 대체 뭔소린지.. 한국말이긴 한데,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잖아. 예로 돌아간다는게 대체 무슨 뜻이냐 말이지.
그런데 이 책에서 그 뜻을 알기 쉽게 해설해준다. ~그제서야 비로소 이해가 가면서, 내가 지금껏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찾아 다녔는데, 여기다가 말뚝 하나 박고 가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행복 찾아 떠난 여행.. 중간에 석기시대의 깨우침을 얻어서 돌도끼 하나 주워 들고 걸어가는 이 여행. 이 여행을 중간정산 하고 기행문을 좀 쓰고 싶어졌다.





Sunday, January 01, 2012

Monk vs Caffrey

추억속에 존재하는 탐정들이 있다.
어린 시절 즐겨 읽던 추리소설은
항상 셜록홈즈가 주인공이었다.

체크 무늬의 트렌치 코트에 파이프 담배를 항상
물고 있는 점잖은 모습이었는데, BBC의 새로운 TV 시리즈에서는
초조함과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BBC의 셜록홈즈


셜록홈즈와 버금가는 추리 소설의 대명사는
에르큘 포와로.
역시 BBC의 고전 드라마로 탄생하였는데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는데 그쳤다.
그래도 워낙 원작이 극적이면서도, 근대 영국 사회를
묘사하는 모습들이 진지해서 매우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회색 뇌세포를 이용하는 에르큘 포와로


미국을 대표하는 탐정으로는 형사 콜롬보가 있다.
각각의 한 편이 모두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구성이 돋보였다. 형사 콜롬보가 범인을 지목할
때의 극적인 쾌감은 대단했다.


"범인은 당신이야"
비음의 성우 목소리는
광고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했다.

어린 시절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드라마의
주인공도 세월을 못 이기고 얼마전에 타계했다.

형사 콜롬보

그 후 범죄 수사물로는 레밍턴 스틸, 제시카의 추리극장이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 방영되었던 것 같다. 비슷한 구성으로
논리적인 추리로 범인을 찾아내는 스토리인데, 레밍턴 스틸은
머리보다는 액션, 양념처럼 여주인공과의 사랑 얘기가 있어서
전통 추리극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거리가 있다.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의 레밍턴 스틸

제시카의 추리극장은 주인공이 나이가 많아서
악당의 완력에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무기력한 상황이 매우 조마조마했다.


제시카의 추리극장

2000년대 이후 추리극을 석권하는 드라마가 등장한다.
Monk.

극심한 편집증을 가졌지만 천재적인 분석으로
범인을 지목하는 탐정인 애드리안 몽크.
그의 조력자 샤로나. 무력 지원을 하는 스톨트마이어 경감.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편집증은
가끔 짜증나게 할 때가 있다.

"몽크, 멕시코에 가다" 편에서는 에피소드가 끝날 때까지
한 가지 브랜드 (시에라) 생수만을 고집하면서 목소리가
갈라질 때까지 물을 안 마시는데, 보는 사람도 짜증이 났다.

하나 더 짜증나는 장면은
샤로나가 코끼리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것을
고치라고 하는 에피소드 "몽크, 서커스에 가다" 편이다.

자신의 눈에 들어 있는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하는 격언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었다.


몽크와 샤로나

이러한 어리버리 캐릭터와 달리 깔끔하고 멋있는
닐 카프리.

남자가 봐도 멋있는 스타일리스트.
탐정들이 가지고 있는 논리적인 분석력과 함께
예술적인 감각과 모방의 손재주도 매력적인 극중 인물이다.


Fox TV의 White Collar 주인공 Neil Caffrey
하지만 몽크를 즐겨보게 된다.
아주 완벽한 사람보다는 어딘가 빈 구석이
있는 인물을 사랑하게 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