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21, 2011

국카스텐 (2010)

오랜만에 음악얘기를 한 번 꺼내볼까.

1996년, 벌써 15년전이다.
인터넷이 점차 확산되고 음반을 직접 사서 소장하기보다는 mp3로 구해서 듣는 문화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었다. 저가형 CD 레코더가 등장하여 CD를 복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당연히 음반 시장의 성장이 꺾이기 시작했다. 그 때 등장했던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가 Anekdoten, Anglagard 같은 것들이었고 매니아들로부터 매우 환영을 받았다. 우리나라 대표 프로그레시브스 락 레코드사인 시완레코드는 70년대 앨범을 발굴해서 다시 내놓다가, 트렌드에 따라 한 이태리 신성 밴드를 발매하였다. 그것이 바로 Standarte였다.

이태리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 Standarte 의 동명 앨범 Standarte (1996)
어릴 때 만화 월간지 보물섬을 서점에서 사본 기억들이 있는지... Standarte을 샀던 기억도 보물섬을 손에 쥐었을 때와 비슷한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발매 이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많은 광고와 호평을 접했기 때문이었기도 하다.

Standarte는 앨범 자켓은 비슷한 색깔을 가진 선배 영국 밴드인 Spring의 자켓을 연상시키는 바랜 빛깔의 공포스러운 이미지이다. 무거운 멜로트론이 깔리는 것도 비슷하다. 90년대 나온 밴드이니까 복고를 추구했던 것 같다. 70년대 천재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 또는 약에 찌든 락 밴드를 연상시키는 살아있는 밴드가 출현했으니 얼마나 신기했을까?

동아리 후배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대학원 시절에 ㅅㅎ 이라는 음악감상 동아리가 있었다. 거의 놀고 먹는 고급 취미를 갖고 있는 동아리였는데, 연주를 직접 할 수 있는 후배들도 있어서 근처 카페를 빌려 공연을 하기도 했었다. 아무튼 매주 동아리에서 음악 감상회를 했는데 Standarte를 들려줬다. 이 시대의 최고 밴드라는 칭송과 함께. 아마도 금요일 밤이었던 것 같다.

변화무쌍한 8분짜리 대곡을 듣고 있는데, 중간에 눈치를 보니 후배들이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후배들에게는 너무 촌스러운 음악이었던 것이다. 집에서 이어폰으로 들을 때와 커다란 스피커로 들을 때와는 또 다르게 들리기도 했다. 악기간 조화로움도 그리 매끄럽게 들리지 않았다. 이 어색함이란. 후배들이 좋아하는 음악은 Blur, Smashing Pumpkins, Pulp, Teenage Fanclub과 같은 밴드들이었다. 취향이 다른 이들에게 내 취향을 강요하려고 했으니...

그 후 Standarte를 잘 듣지 않았다 (고 생각했는데....)
2집 Curses and Invocations도 Black Widow 레코드사에서 우편으로 구입해서 열심히 들었다.




Standarte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왜 국카스텐인가?
음악은 취향이기 때문에 이 밴드를 모든 사람이 좋아할 것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해두고 싶어서이다. ColdplayKeane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시끄럽고 복잡하다고 할 듯.

주말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누워서 보다가 갑자기 앉아보게 만든 밴드가 있었다. 국카스텐이었다. 이미 정규 앨범 하나를 내놓고 EP를 최근에 내놓은 오랫동안 활동을 해오던 밴드였다.

국카스텐은 독일말로 중국의 만화경을 뜻한다고 한다. 밴드 이름부터 가사까지 상상력을 부르는 난해한 말로 채워져 있고, 곡의 구성도 적당히 복잡하고 적당히 귀에 들어온다. 이런 밴드가 우리나라에 있나 생각해보면 잘 찾기 어려운, 굉장히 독특하고 개성있는 밴드이다.

키보드가 없고 현악기 연주과 다양한 distortion 기법을 이용하여 파괴적이지만 아름다운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이펙터도 다양하게 사용하고, 금속 막대를 기타에 문지르는 주법이나 Steve Rothery가 Marbles 앨범에서 자주 보여준 옥타브간 공명을 이용한 주법, 양손해머링 등 기타리스트로서 훌륭한 테크닉을 보여준다.

실력면에서는 최고인 것으로 인정한다. 유희열씨가 한국의 싸이키델릭 밴드라고 소개하는데 이미 개성면에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다만 목/몸 관리, 팀웍 관리를 잘 해서 롱런하면 좋겠다. 한 가지 더 희망사항이라면 Pink Floyd 처럼 템포와 속도는 느리지만 좀 더 Blues적인 음악도 시도해보면 좋겠다. 대중의 인기와 매니아들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밴드가 되면 좋겠다. 너무 어려운 희망사항인가?

다음은 1집의 Sink Hole이라는 음악이 우리나라 만화영화의 주제곡으로 사용된 것을 캡처했다. 보컬 하연우씨의 원곡과 비교해서 들으면 재미있다.

2 comments:

  1. 저도 국카스텐 1집을 자주 듣곤 했는데, 아직은 보컬의 힘이 강한 것 같아요. 보컬의 힘이 강하다는 뜻은 밴드의 중심에 보컬에 있고, 그 목소리가 사람을 끌리게 하는 경향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조금 아쉬운 면이라면, 매니악한 면이 있어서 한동안은 오래 틀어놓고 들었는데, 요즘은 어쩌다가 듣는 밴드가 되어 버렸어요.
    웬지 캐스커나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의 노래도 취향에 맞으실것 같아보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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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로 나온 EP Tagtraume도 좋아요. 보컬도 좋지만 연주가 매우 훌륭하네요. first 기타와 second 기타, base와 드럼 소리를 구분해서 들어 보면 재미있더라구요. 곡중에 변박과 속도 변화를 하는 곡들이 있는데 라이브에서도 매우 훌륭하게 팀웍이 잘 맞더군요.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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