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14, 2010

한밤중 응급실 다녀오기

공짜로 야광팔찌 몇 개가 생겼다.
애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가지고 집에 왔다.
첫째와 둘째 모두 너무 좋아했다.

"오늘부터 엄마보다 아빠가 좋아졌어"

야광팔찌가 이런 효과가 있다니.
너무 흐뭇했다.
하지만 행복은 여기까지.

첫째, 둘째 같이 팔찌를 하고
잠을 자겠다고 방에 들어갔다.
잠시 후..

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둘째 지윤이가 뛰어 나왔다.
팔찌를 비틀었더니 쉽게 안에 들어 있는 액체가
튀었고 그것이 눈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급히 세수를 시켰으나 계속 아프다고 칭얼대는 지윤.
팔찌를 구부리면 빛이 나오는 것이므로
화학 반응일 것 같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빛이 나오질 않으니 액체가 중화되면 빛이
끝나는 게 아닐까 추측을 했다.

전자, 전산 전공자는 정말 쓸모 없다.

단백질 피부에 좋지 않을 것으로 짐작이 되니,
어린 아이의 눈이니까 확실히 하기 위해
응급을 가기로 결정.

애가 친숙한 A병원으로 향했다. 20분 소요.

밤 11:00

도착했는데 A 병원은 안과진료를 안한단다.
한번도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는 집 근처의
B 병원으로 향했다. 집에서 차로 5분 거리.

B 병원 소아 응급실은 그리 붐비지 않았다.
하지만 안과 진료는 전문 기계가 설치되어 있는
다른 병동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그래서 응급실을 가로질러 가야만 했는데
소아 응급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

복도까지 놓여 있는 많은 간이 침대에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 들이 누워 있었다.
쾌적해 보이질 않았다.

조금만 걸어 빠져 나오니 밤 12시를 넘어
가끔 보이는 간호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넓은 공간을 지나쳐야 했다.

고인이 된 병원 설립자의 동상.
회색빛 건물 외벽.
부디 아무 이상이 없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속 기도.

이 길을 수 많은 보호자와 환자들이 걸으면서
나와 같은 심정을 가졌으리라 생각하니 숙연해졌다.

대략 2-30분간의 정밀 진료.
스캐너와 현미경으로 면밀히 검사를 해봤는데,
야광 팔찌 액체가 눈에 들어간지 1시간 30분 경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진단을 받았다.

아이는 일단 집에 데려다 놓고,
약을 받아서 집에 오니 2:00AM.
땅콩과 함께 맥주맛 음료수를 마시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내일은 어떻게 회사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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