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29, 2018

[샌프란시스코] Muir Woods National Monument (뮤어우즈 국립공원)

샌프란시스코에 출장을 자주 나오다보니 가볼만한데는 다 가봤다. 술을 못 마시는 내게 나파벨리 와인트레인은 별로 흥미를 못느끼고.

몬토레이 페블비치, 수족관, 카멜시티,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여행객들을 위한 많은 장소들, 피어, 공원, 골든게이트브리지, 코이트타워, 트윈픽스, 마리나 헤드랜드, 시빅센터, 클리프 하우스, 유니온스퀘어, 소살리토, 페리하우스에서 소살리토까지 페리로 가기, AT&T파크, 콜리세움 등등

마지막으로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아껴두고 있었던 뮤어우즈 국립공원을 드디어 시도했다.

전날 저녁에 공원 주차장을 예약했다.
주차장 티켓 예약사이트 http://www.gomuirwoods.com

오전 8시부터 30분 단위로 정해진 차량 수만큼 예약할 수 있다. 주차 1대당 8불. 다행히 매진되지 않고, 아침 8시 티켓 한장을 구입했다.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신용카드로 몇 단계 거치지 않고 쉽게 구매. 주차 티켓은 스마트폰에 다운 받고, 바코드만 사진으로 캡쳐해서 갤러리에 넣어놨다. 혹시 도시와 떨어진 곳이라 모바일 네트워크가 안될 수 있으므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차로 3~40분 거리. 일요일 아침이랑 차도 막히지 않는다.
공원에 도착하니 7시 50분. 차 몇대가 주차장 입구에 줄을 서있다. 7시 55분부터 입장을 받기 시작. 비지터 센터 (Visitor Center) 가까운 쪽에 주차를 하고, 등산 준비를 시작했다. 화장실은 매표소 전에 하나, 기프트샵에 하나, 두 개 있는 듯하다.


출발점 입구

입장료는 10불.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비싸지만, 여행지에서는 아까운 줄 모르고 쉽게 쓴다.
오늘 코스는 Visitor Center (08:00) - Creek Trail - Redwood Trail (08:30) - Ben Johnson Trail (09:30) - Deep Sea Trail - Visitor Center (11:00). 총 3시간.

화장실 건물
Visitor Center에서 티켓을 사면 브로셔를 한 장 준다. 국립공원에 대한 소개와 왕복 한 시간 미만의 짧은 코스를 소개하는 지도가 있다. 짧은 코스는 모두 데크가 깔려있는 평지로 유모차나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데크로 꾸며진 산책길

다리

아침 8시에 가니까 사람이 거의 없다. 한 아저씨 (아래 사진에 카메라 들고 다니는) 가 자기도 처음 와 봤다면서 너무 좋다고 한다. 나중에 Oregon 경계에 있는 Redwood 국립공원에   https://goo.gl/maps/Zumye37HTuM2 가보라고 추천한다. 레드우드는 세콰이어를 부르는 닉네임인가보다. 우리나라에는 메타세콰이어가 가로수로 유명한 곳이 몇군데 있는데, 여긴 종류가 다른가 무지하게 키가 크고, 덩치도 크다.



사람 vs 나무


나이테 1000살



4월 아침이 쌀쌀해서 유니클로 다운을 준비했다. 바람막이를 입고 갔는데, 오르막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다운패딩은 작은 가방에 넣었다. 전날 사놓은 에너지바와 물 한병을 들고 갔다. 등에 메는 가방이 있었다면 편하게 넣어갔을텐데 모두 바람막이 앞주머니에 넣어서 불룩한 상태로 걸었다.




에너지바
보온 패딩


급할 것이 없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천살쯤 먹은 할아버지 나무들을 지나쳐서 가다보면  맑은 치톤향과 경치도 익숙해질 정도가 된다. 그럼 중간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트레일 코스들이 보이는데, 다른 곳으로 빠지고 싶은 유혹이 든다. 그걸 뿌리치고, 직진. Redwood Creek은 네개의 자그마한 다리가 있다. 브로셔에는 다리 네개까지 찍고 오는 것이 가장 무난한 코스인가보다. 브로셔 지도에는 거기까지 소개가 되어 있다.



표지판
올려다보기


그렇게 편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무작정 앞으로 걷다보면 Ben Johnson Trail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출발점부터 30분 정도 경과. Ben Johnson Trail로 접어들면 오르막길이다. 처음에는 야생동물 (맹수류)이나 가파른 등산로를 걱정하면서 왔으나, 경사의 힘든 정도는 대모산 둘레길과 다를 바가 없다. 등산이 아니라 산책. 다만 덩치큰 사람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부딫힐까봐 걱정하면서 걸을 필요가 없는 넓은 등산로, 높은 나무, 햇빛을 보기 어려울 정도 빽빽한 세콰이어 나무들은 여기가 우리나라가 아닌 먼 이역땅인 것을 잊지 않게 해준다.



나무 터널. 표면이 까만 이유는 불에 탄 흔적.
나무 다리를 가로 박고 있는 쓰러진 나무


Ben Johnson이 아마 이 트레일 코스를 개발한 사람일 듯 하다. 벤 존슨. 88올림픽 100미터 1위로 들어왔으나 약물 도핑에 걸려서 금메달이 박탈된 캐나다 육상 선수와 우연히 이름이 같다. 트레일 코스는 우리나라 둘레길보다 넓고, 단단하게 정비되어 있다. 이 산속에 누가 와서 이렇게 만들어놓은 걸까. 정선의 하이원 석탄길을 연상하게 한다. 



파노라마 비유

출발점부터 1시간 30분을 걸었을까, 왜 여긴 벤치가 없을까 궁금해하던 차에 벤치를 발견. 앉아서 에너지바를 먹고 있으려니, 한 무리의 가족을 만났다. 카메라를 든 아저씨 다음으로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어디 가냐고 물어보니 벤존슨 트레일 다음 딥시(Dipsea) 트레일 코스로 다시 Visitor Center까지 돌아갈 생각이란다. 나도 처음에는 중간에 지치면 돌아갈까 했는데, 그리 경사도 심하지 않고, 시간도 급할 것이 없어서 그 가족들을 따라가기로 작정했다.


트레일 표지판


사진에 앞서가는 가족의 뒷모습이 보인다. 여기까지 왔다면 다들 왔던 길로 가는 것보다 딥시 트레일로 비지터센터에 돌아가는 것을 강추한다. 그럼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Dipsea 트레일. 멀리 태평양이 보인다.


멀리 태평양이 보인다. 중간에 이정표가 있어서 쉽게길을 잘 찾을 수 있다. Dipsea Trail은 걷기 좋고, 옆으로 나 있는 Deer Park Fire Road는 마운틴 바이크를 탄 사람들과 마주친다.  Fire Road가 넓어서 편하기는 하겠지만, 좁은 Dipsea Trail이 더욱 정겹다.

딥시 트레일 파노라마 뷰


사람들이 없는 곳을 혼자 걷다가 한무리의 가족을 만나니 가족들 생각이난다. 몇 주간 출장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있으니 새삼 가족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출장을 나오면서 비행기에서 본 영화가 있다, _Thank You for your Service (2017)_ 현재 미국 영토내에 70만명의 미군들이 중동 등에서 근무를 하고 복귀한 상태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단다. 길게는 몇달간 가족을 떠나 먼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그에 비하면 나는 편하게 지내는거라고 위안을 삼고, 나중에 가족들 데리고 한번 와 볼까 상상을 해본다. 그러나 이렇게 많이 걸야하는 하는 곳은 분명 싫어하겠지?


표지석. 직관적이다.
딥시 트레일의 트인 하늘

벤존슨 트레일에서 딥시로 바뀌는 지점부터는 내리막이라서 그리 힘들지 않다. 등산화가 필요 없고, 운동화면 충분하다.

트레일에서 흔히 보이는 야생화
야생화

마냥 걷다 보니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온다. 출발할 때 지나쳤던 기프트샵에 들러봤다. 사면 짐만 되니까 그냥 구경만 했다. 기프트샵에 스프, 커피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3시간 자연에 있다보니 도시의 편안함이 그리워진다. 역시 사람은 간사한 존재.  

기프트 샵의 맥가이버칼. 미리 새겨넣은 이름. 내 이름은 없었다.
나무 곰

다시 일상으로 고고!! 고고!!


골든게이트 브리지
다운타운 Sutter Str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