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anuary 12, 2013

12월 한겨울에 코타키나발루 여행하기

2012년 12월과 2013년 1월 우리나라 겨울은 너무나도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와중에 마나님의 선견지명으로 몇 년전부터 준비한 우리 가족의 최초 해외여행지는 코타키나발루.

처음 여행지 이름을 들었을때 내 반응
'발리, 푸켓, 괌, 사이판, 세부, 보라카이'는 알겠는데 코타키나발루는 뭐지?

여행 며칠을 남겨놓고 웹사이트를 뒤져가며 공부.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다섯시간. 직항 있음.

코타 키나발루 (Kota Kinabalu)는 키나발루가 있는 도시라는 뜻. 코타 키나발루는 그린란드, 뉴기니섬 다음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보루네오섬 북서편 끝자락에 있는 도시. 적도에 매우 가까와서 강렬한 태양과 무더운 기후의 도시. 하지만, 키나발루산과 숲으로 이뤄진 보루네오섬의 자연 환경 탓으로 습도가 그리 높지 않고, 깨끗한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하늘나라로 간다고 믿고 있는데,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키나발루산으로 간다고 믿고 있다. 매우 신성하게 생각하는 산인데 등산의 출발지가 해발 0에 가까워서 히말라야 등정을 하는 등산가들이 준비과정으로 많이 가는 산이라고 한다.

적도 근처이지만 만년설을 가지고 있는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산
등산을 좋아해서 키나발루산 근처라도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가족들 데리고 생고생을 할 수는 없는 것. 그냥 공부하는 것으로 만족.

말레이시아 영토 면적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영토도 간척사업으로 면적이 늘어났는데, 최근에는 환경파괴의 원인이라고 해서 자제하는 분위기.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가장 깨끗하고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나라 면적이 확장되고 있다. 바로 자연 그 자체.

새끼를 낳는 나무 맹그로브. 신기하다.
맹그로브나무는 육지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면서 해수, 담수가릴 것 없이 새끼나무를 퍼뜨린다. 씨앗이 싹을 틔고 어느 정도 자란 다음에 옆으로 떨어져나가는 형태로 번식을 한다고. 맹그로브 덕분에 말레이시아는 열대 청정지역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맹그로브가 자랄 수 있는 적절한 기후가 되질 못해서 안타깝게 가져올 수가 없다고. 중국 남부지역에서도 망가진 자연 환경을 복구하기 위해 맹그로브 도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설정 - 바닷가에서 독서중
해변을 끼고 있는 휴양지에서 4박을 했는데, 3박 정도가 적당한 듯. 쉬는 것도 익숙한 사람들이 하는 것. 좋기는 하지만 반복되는 일과 운동에 길들여 살아왔더니 좀이 쑤셔서. 아침마다 해뜨는 즈음에 해변을 뛰는 것이 가장 인상적. 마주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조그만 게 (옆으로 기는 게). 우리나라 해변처럼 많은 미생물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다른 점.

이런 바닷가를 반바지와 반팔 셔츠만 입고 뛰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우리나라 서해안과 비슷하게 바닷물의 깊이가 얕다. 그러나 조개, 굴껍질을 찾기 힘들 정도로 깨끗. 너무 깨끗해서 동물이 없나보다. 가끔 보이는 것은 산호. 그래서인지 비린 바닷물 냄새가 나지 않는다. 가끔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외국인 아저씨. 백인 아저씨들은 햇빛이 그리웠나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웬만하면 햇빛을 피하고 싶은데, 그들은 햇빛이 있는 곳을 찾아 가는 것 같다. 그냥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뛰고 있다.

애들은 게잡는 데 정신없고, 어른들은 휴식
필수 준비물: 선블럭, 선글라스
절대하지 말아야할 것: 산호, 조개껍질 등 동식물 채취 금지
낮에본 바닷가
이런 천연 자원과 청정 지역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도 저주 받은 것이 있었으니, 말레이시아 국민성. 게으르다. 식민지로 영국, 일본 등의 지배를 6백년간 받아오다가 1960년대에 독립. 가뜩이나 게으른데다가 목숨을 위협받으면서 살아온 민족의 습관까지 더해져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매우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물 좀 주세요" 하면 종업원이 알았다고 대답을 한다. 그러나 가져오지 않는다. 대여섯번 하다가 결국 참지못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직접 가져다가 마신다. 이럴 경우가 8~90%. 심지어는 리조트나 호텔에서도 그렇다. 믿지 못하겠다고?

짧게 사라지는 아쉬운 석양
또 하나의 장면. 리조트 해변가에서 독서중이다가 어떤 백인 할아버지가 화를 내는 장면을 목격. 주변에 여러명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말레이시아인 리조트 직원. 할아버지는 잔디밭을 가리키면서 역정을 내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말레이시아인 무리가 점차 멀어지고, 그 중 한 명의 말레이시아 사람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내가 말을 걸었다.

나: "저 할아버지는 누구니?"

직원: "이 리조트 주인"

나: " 왜 화내니?"

직원: "화를 내고 있는데, 나도 이유를 몰라"

그 이전에 잔디를 깎고 있었고, 엉터리로 한 것이 뻔히 보이는데. 커다란 야자수 잎이 잔디밭 위에 떨어져 있는 것을 도착한 날부터 봤는데, 떠날때까지 그대로였다. 잔디밭을 가꿀 생각이 없는 것. 우리나라 같으면 복창 터질 일이다.

공원에 있는 표지판
말레이시아는 회교국이다. 정식 국어로 아랍어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태형이 존재하고, 마약을 소지하는 정도의 위법을 할 경우, 법정에 가지 않고, 바로 사형을 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 만큼 치안이 잘 되어 있다. 최근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바라보는 시각도 변하고 있다. 전 세계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슬람. 기독교와 가장 가까운 교리를 가지고, 같은 유일신을 믿으면서도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종교. 

코타 키나발루 바닷가에 있는 이슬람 사원
종교 학자들은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유대교보다 더 가까운 교리를 갖고 있다던데. 이슬람교는 평화를 사랑하고 자기 절제의 종교인데, 시아파 중 아주 극소수가 과격하다고 한다. 순니파와 시아파가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도 왜곡된 사실이라고 하는데. 

Equilibrium
도올의 "중용 인간의 맛" 이란 책을 휴가 기간에 읽었다. 중용은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것"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틀렸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철학은 그냥 복잡하고 현학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왔으나, 나이가 들면서 선각자들의 지혜를 많은 노력을 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철학책을 읽는 것이란다. 중용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휴가 기간에 몸과 마음의 equilibrium을 만들어 보려 했으나.

다시 일상속으로 "고!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