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anuary 03, 2023

브로드컴은 왜 VMWare를 인수했을까?

22년 5월경 브로드컴이 VMWare를 인수했다. 관련 국내기사, 해외기사가 있다. 기사의 내용은 인수된 회사 VMWare CEO의 말을 빌어, VMWare와 브로드컴의 소프트웨어 상품이 결합을 하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회사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주장을 언급하고 있다. 과연 브로드컴이 원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는 것일까?

브로드컴이 왜 VMWare를 인수했는지 돗자리를 펴놓고 믿거나 말거나 한번 뇌피셜로 추측해보려고 한다. 

브로드컴은 CA Technologies를 2018년에 인수하였고, 2022년에는 VMWare를 인수해서 CA Technologies의 솔루션과 통합 소프트웨어 시너지를 내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먼저 인수한 CA Tech의 매출을 키우려면 VMWare뿐 아니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소프트웨어 제품군이 필요할 것 같은데, 통합 소프트웨어 시너지가 주된 이유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

VMWare을 먼저 인수해서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었던 Dell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22년 5월 당시 VMWare는 모회사인 Dell로부터 Spinoff해 있던 상태였다. VMWare는 EMC가 인수했고, Dell이 EMC를 인수해서, VMWare는 Dell의 손자회사였는데, 21년에 Dell이 VMWare를 spinoff 했다. 아마도 외부에 팔기 위한 수순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브로드컴이 VMWare를 왜 샀을까? 필자는 분명히 외부에 밝히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일단 힌트를 얻기 위해서 재미삼아 chatgpt에 한번 물어봤다. 

why did broadcom buy vmware

I'm sorry, but I am not aware of any acquisition of VMware by Broadcom. Could you perhaps be thinking of a different company or acquisition?

 chatgpt는 갈길이 멀다. 


다시 뇌피셜로 돌아와서.

첫째, 언론의 주장대로 브로드컴이 다양한 revenue stream을 확대하는 것을 원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고 가정을 해보면.

둘째, 언론이 분석하지 않는 이유인데, 완전 나만의 뇌피셜. Cloud 산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것로부터 위협을 느꼈을 것 같다. 

브로드컴은 Mellanox('19년 Nvdia인수)와 같은 네트워크 장비에 들어가는 칩셋회사와 경쟁을 하고 있다. Mellanox가 100G Infiniband를 만들어내고 앞서가는 상황에서 '22년 당시 인수 시점에 브로드컴은 SmartNIC 기술경쟁에서 밀리는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을 듯 하다.

더군다나 아마 고객중에 하나였을 AWS (Amazon Web Service)는 '15년에 Annapruna labs를 인수한다. 2018경부터 Nitro Project를 공개했는데, AWS가 데이터센터 스위치 장비에 들어가는 네트워크 칩셋을 자체 설계해서 적용하기 시작했다. 

주로 네트워크 장비의 칩셋 브로드컴은 이런 생각을 했을 듯

"어라? 고객이 칩디자인을 직접 할 수 있게 되었네. 이제 우리는 망했다.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겠다."

"Cloud Infrastructure as a Service가 뭐지? 갑자기 이렇게 사업이 잘 될까? 파트너 회사들도 너무 많네. 우리가 더 이상 판매를 많이 못하는 AWS의 생태계가 갈수록 커지네. 힘들어지겠군"

"AWS와 같은 Public Cloud에 대항마는 뭘까? Private Cloud 고객들은 여전히 브로드컴 칩셋을 사주겠지" 

브로드컴은 Private Cloud 진영을 확장하거나 적어도 지키고 싶었을 것이고, 적절한 업체를 인수해서 수직계열화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마치 IBM이 RedHat을 인수한 것처럼.

그러나 지금까지 IBM은 Cloud 시장에 뒤처지는 공포에 대한 보험으로 RedHat을 인수한 것 이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IBM 사업인 이전에 인수한 SoftLayer와의 시너지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고, RedHat의 인수는 보험 성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론은 브로드컴이 VMWare을 인수한 이유는 고객의 성장세가 줄어들고, 경쟁하는 회사들에게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과연 VMware를 IT 업체 최대 규모인 61B 달러에 인수한 브로드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Sunday, September 16, 2018

[샌프란시스코] Angel Island (엔젤 아일랜드)

샌프란시스코에 출장을 자주 오다보니 이제는 투어 가이드를 할 정도가 된 듯 하다. 평일에 열일하다보면 주말에는 아무 생각 없이 호텔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크긴 한데, 그래도 일찍 일어나고 기운을 내서 걷는다. 본능인가. 들어가는 나이에 따른 자연의 섭리인가. 갈수록 차를 타는 것보다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재미있어진다. 

유현준 교수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저서에서 "이벤트 밀도"를 정의하고 사람들이 걷기 좋아하는 도시를 설명했다. 너무 쉽게 메트릭을 만들었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의 창의력과 재미있는 분석이 좋다. 

1분마다 울려대는 메시지, 노트북 창 구석에서 밀려 올라오는 메시지창, 쓰고 있는 메신저가 몇개인지. 회사 메신저, 카카오톡, 페이스북, 슬랙, 메타모스트. 현대인은 이벤트의 홍수속에 살고 있다. 도심의 거리를 걷다보면 많은 사람들, 많은 상점과 간판들. 가끔 이벤트 밀도를 좀 줄여줘야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주말에는 공원을 찾나보다.


엔젤 아일랜드 입구
천사들의 섬.
이름만 듣고 가고 싶지 않은가.

예전에 뮤어우즈 공원 갈때 미리 주차장 티켓을 구입했던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도 섬에 가는 페리 티켓을 예약하였다. 매우 쉽게 인터넷으로 살 수 있다. 프린트까지 해놓으면 편리하다. 나중에 보니, 내가 갔던 날 (토요일) 에는 승객이 많지 않아서 티켓을 미리 살 필요까지는 없었다. 배안에서 현금으로 티켓을 팔고 있었다.

토요일 아침 9:20 페리 하우스(Ferry House)에서 출발이라고 해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페리 하우스로 향했다.


페리 하우스

페리하우스가 숙소에서 가까와서 여기로 온 것 뿐인데, 페리의 경로가 "페리하우스 - Pier 41 - 엔젤 아일랜드" 라서 뷰가 좋은 자리에 앉아 차가운 바다 바람과 좋은 경치를 구경하려면 출발지인 페리하우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페리 하우스의 안내판

페리하우스 안내판에는 노선과 페리를 운영하는 회사별로 안내가 된다. 그러나 엔젤 아일래드를 운행하는 Blue & Gold Ferry가 안내판에 나오질 않아서 순간 당황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대표 키오스트 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평일 낮시간만 안내 전화를 운영한다는 기계음만 나온다.

페리가 들어오는 도크가 몇개 보이는데, 시간이 될때까지 기다렸다. 예전에 페리로 소살리토를 갔던 기억을 되살려 대책없이 게이트를 찾아봤다. 주변에 많은 노점들이 바쁘게 아침 장사를 준비한다. 거의 출발시간이 되서도 배가 보이질 않아서 포기하고, Pier 41으로 걸어갈까 나오는 순간, 멀리 사람들이 줄 서 있고, 블루앤골드 페리가 도크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게이트 B

게이트 B로 거의 정시에 배가 들어온다. 게이트 B는 소살리토로 가는 페리를 타는 게이트와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안쪽에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역시 사람은 눈치가 있어야 하는데. 하마터면 놓치고, 중간 기착지인 피어 41으로 갈뻔 했다.


페리 1층 실내

페리는 3층으로 되어 있다. 2, 3층은 실외라서 경치가 좋다. 다만, 베이의 차가운 바람을 그대로 맞고 가야 한다. 이번에도 덕다운패딩을 트렌츠코트 안에 입고와서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9월 중순, 우리나라는 아직도 덥고, 산호세도 낮에는 덥지만, 샌프란시스코만큼은 항상 패딩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특히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일수록.


샌프란시스코 전경

베이는 바람이 매우 거세다. 오전 기온이 10도~15도 정도인데 바람이 매우 세서 춥다. 그러나 파도는 그리 높지 않다. 태평양의 거센 파도를 호리병처럼 둘러싸인 육지가 잘 막아주기 때문인 듯.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와 주변 섬, 도시들이 최적의 항구 도시가 될 수 있다. 15분 걸려서 피어41, 또 15분 걸려서 엔젤 아일랜드에 도착. 중간에 승객들을 태우는 시간을 고려하면 약 40분 정도가 걸린 듯 하다.


비지팅 센터

엔젤 아일랜드. 2천년 전에 원주민들이 살았던 흔적도 있다고 하는데 18세기 스페인 사람들이 상륙한 기록이 최초이다. 처음 이 곳의 이름은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Los Angeles 라고 불렸다가 천사섬 (엔젤 아일랜드)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군사 요충지여서 미해군 주둔지였고 90년대 중반까지 미사일 기지가 배치되어 있었다. 20세기 초에는 미국으로 이민오는 사람들이 머물렀던 캠프가 있었고, 콜레라 등 전염병 걸린 환자들을 가두기 위한 곳이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캠핑 장소와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는데, 접근성이 그리 좋지 않아서인지 관광객이 많지 않다.


바베큐 플레이스

선착장에 내려서 좀 걷다보면 개인 보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들러서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곳을 지나게된다. 멀리 보트 선착장이 보이고, 바로 오픈된 공간이 있다. 우리 나라도 이런 곳이 생길 수 있을까? 야외 활동을 매우 좋아하는 서양 사람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데, 토요일인데도 썰렁하다.

짐작하건데 내가 타고온 페리는 관광객들이 주로 타는 대중 교통이라서 개인보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섬의 다른 쪽을 이용할 수도 있다. 유현준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오픈된 공간보다 적당히 가린 곳을 찾는다고. 오픈된 코엑스보다 적당히 코너가 많이 있는 곳에 카페 거리가 형성되는 것과 같은 이치란다.



트레일 시작 포인트

역시 한국 사람은 무조건 정상을 가봐야지. 섬의 최정상은 리버모어산 (Mt. Livermore) 으로 약 788피트(240미터)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트레일 코스의 경사가 매우 완만하고 꼬불꼬불 조성해놔서 많이 걸어야 한다. 10시쯤 엔젤아일랜드에 도착했고, 배가 떠나는 12시쯤까지는 정상을 찍고 내려와서 Pier 41에 가서 간단히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계획대로 되질 않았다.


표지판

섬에 도착하면 페리 선착장 근처 화장실에 지도와 간단한 설명 브로셔가 있다. 또 안내 표지판도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잃어버릴 수가 없다.


트레일코스

트레일코스는 어르신들도 쉽게 올라갈 수 있을 정로도 매우 완만한 경사이다. 중간까지는 나무들이 해를 가려줘서 시원하다.

중턱

중간쯤 가면 탁트인 해안선이 보인다. 선셋 트레일 이름처럼 해안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멀리 샌프란시스코 시티 스카이라인과 골든게이트브릿지가 보인다.

정상에서 전경

그러나 역시 캘리포니아. 햇살이 따갑다. 선블럭과 모자는 챙이 넓은 모자는 필수이다. 가끔 몸에 달라 붙는 운동복과 트레킹 운동화로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속도를 내서 지나간다. 이 정도는 동네 뒷산 높이인데 복장은 투르 드 프랑스 다.

샌프란시스코 시티와 베이 브리지

샌프란시스코 앞 바다에 알카트라즈

정상에서 잠깐 경치 구경하고

선인장꽃

나무 터널

캠핑공간

바베큐 파티

아이 친구들을 매개체로 모인 듯한 바베큐 파티. 한쪽은 아시안, 한쪽은 백인. 정확히 구분해서 앉아있다. 아이들은 섞여 있고. 고기 굽는 냄새는 염치 불구하고 나도 좀 달라고 가서 말하고 싶을 정도.

구두

총  3시간 30분 걸었다. 페리하우스를 9:20에 출발하여, 엔젤아일랜드로부터 돌아오는 페리는 2:20. 피어41 샌프란시스코에 오니 3:10이다.

돛단배

블루 앤 골드

내가 탄 배는 아니지만 딱 저렇게 생겼다. 낡은 배.

피셔맨스 워르프 (Fisherman's Wharf)

광고

크랩 샌드위치 (Crab Sandwich)

도착한 후 먹은 점심. 가성비가 높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대략 9~10불. 식당에 앉아서 먹는 것보다는 저렴하고, 물가가 높은 샌프란시스코 관광지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일 듯.

케이블카

시차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케이블카를 타고 호텔로 가려고 있는데 그날따라 out of service. 대신 버스 타고 호텔에 돌아왔다.

트레킹 좋아하는 아재들은 한번쯤 시도할 만한 선택으로 추천.

Sunday, May 06, 2018

Matia Bazar - Cavallo Bianco (하얀말)

유물론을 믿는 사람들이 Deep Learning과 인공지능의 미래를 믿곤 한다. 최근 우연히 Node.js를 만들어낸 Ryan Dhal의 인터뷰 기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나, 종교를 믿지 않는다. (그의 인터뷰 기사)

내가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여러 생각에 빠지거나, 멋있는 음악을 듣고 나서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모두 화학작용인가. 감동을 Deep Learning으로 학습시키려면 어떤 인풋 데이터가 필요하가. 보통 70만개의 입력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하던데. 나는 학습 받은 적이 없고, 처음 읽은 책, 음악, 영화에서 감동을 느꼈던 것 같다.




_하얀말_ 이란 제목을 가진 아름다운 70년대 이태리락. 멋진 여성 보컬인 안토넬리 루지에로.노래가사도 모르고 자꾸 듣다보니 가사가 궁금해졌다. 찾아서 번역기를 돌려보니, 70년대 음악 답게 사랑 노래 가사가 아닌 무엇인가를 상징하는 듯한 노래가사. 중간에  La Nuova Strada라는 단어가 나온다. 

In silence the sun dies in the sky
A new day goes away
Pass and go his way
A white horse, white as a veil
Get away from here
He will teach us the new road;
Even the song of the aurora is silent now
The sea is silent, the wind is all around us
But in the awakening like an echo it runs and goes
A sweet song of emotions and freedom
He runs that white horse in the sky
See where it will come
If he arrives at his destination; 
In the clouds of the sky will bring
The warmth of the stars on us
But in awakening my mind runs and goes
For arcane and endless streets, ageless
And your hands play sweet notes for me
Following a song that now limits does not have

마티아 바자르의 음악을 들으며 전혀 연관이 전혀 없을텐데, 영화 La Strada를 떠올리고. 
작은 북을 두드리면서 "잠빠노가 왔어요"를 외치던 제소미나. 
고전 영화를 좋아하시던 아버지의 설명을 들으면서 봤던 낮 12시 EBS 명화극장의 La Strata.
슬픈 트럼펫 주제곡.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맑은 하늘의 캘리포니아

이태리의 감성은 우리의 것과 매우 닮은 것 같다. 일요일 한낮에 카페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아마 우리나라도 이태리 반도처럼 과거에는 푸른 날씨에 소키우고 살았을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지구반대편에 있는 이 나라의 음악이 다른 나라의 음악들보다 훨씬 더 정서적으로 서로 맞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나만 그런가.

푸른 하늘의 날씨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 다음 세대는 좀 더 풍요롭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게 될까? 아니면 더 어렵고 힘든 삶을 살면서 다른 감성을 가지게 될까. 

마띠아 바자르 음악을 들으면서 막 쓰는 글이 또 삼천포로 갔다.  


Sunday, April 29, 2018

[샌프란시스코] Muir Woods National Monument (뮤어우즈 국립공원)

샌프란시스코에 출장을 자주 나오다보니 가볼만한데는 다 가봤다. 술을 못 마시는 내게 나파벨리 와인트레인은 별로 흥미를 못느끼고.

몬토레이 페블비치, 수족관, 카멜시티,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여행객들을 위한 많은 장소들, 피어, 공원, 골든게이트브리지, 코이트타워, 트윈픽스, 마리나 헤드랜드, 시빅센터, 클리프 하우스, 유니온스퀘어, 소살리토, 페리하우스에서 소살리토까지 페리로 가기, AT&T파크, 콜리세움 등등

마지막으로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아껴두고 있었던 뮤어우즈 국립공원을 드디어 시도했다.

전날 저녁에 공원 주차장을 예약했다.
주차장 티켓 예약사이트 http://www.gomuirwoods.com

오전 8시부터 30분 단위로 정해진 차량 수만큼 예약할 수 있다. 주차 1대당 8불. 다행히 매진되지 않고, 아침 8시 티켓 한장을 구입했다.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신용카드로 몇 단계 거치지 않고 쉽게 구매. 주차 티켓은 스마트폰에 다운 받고, 바코드만 사진으로 캡쳐해서 갤러리에 넣어놨다. 혹시 도시와 떨어진 곳이라 모바일 네트워크가 안될 수 있으므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차로 3~40분 거리. 일요일 아침이랑 차도 막히지 않는다.
공원에 도착하니 7시 50분. 차 몇대가 주차장 입구에 줄을 서있다. 7시 55분부터 입장을 받기 시작. 비지터 센터 (Visitor Center) 가까운 쪽에 주차를 하고, 등산 준비를 시작했다. 화장실은 매표소 전에 하나, 기프트샵에 하나, 두 개 있는 듯하다.


출발점 입구

입장료는 10불.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비싸지만, 여행지에서는 아까운 줄 모르고 쉽게 쓴다.
오늘 코스는 Visitor Center (08:00) - Creek Trail - Redwood Trail (08:30) - Ben Johnson Trail (09:30) - Deep Sea Trail - Visitor Center (11:00). 총 3시간.

화장실 건물
Visitor Center에서 티켓을 사면 브로셔를 한 장 준다. 국립공원에 대한 소개와 왕복 한 시간 미만의 짧은 코스를 소개하는 지도가 있다. 짧은 코스는 모두 데크가 깔려있는 평지로 유모차나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데크로 꾸며진 산책길

다리

아침 8시에 가니까 사람이 거의 없다. 한 아저씨 (아래 사진에 카메라 들고 다니는) 가 자기도 처음 와 봤다면서 너무 좋다고 한다. 나중에 Oregon 경계에 있는 Redwood 국립공원에   https://goo.gl/maps/Zumye37HTuM2 가보라고 추천한다. 레드우드는 세콰이어를 부르는 닉네임인가보다. 우리나라에는 메타세콰이어가 가로수로 유명한 곳이 몇군데 있는데, 여긴 종류가 다른가 무지하게 키가 크고, 덩치도 크다.



사람 vs 나무


나이테 1000살



4월 아침이 쌀쌀해서 유니클로 다운을 준비했다. 바람막이를 입고 갔는데, 오르막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다운패딩은 작은 가방에 넣었다. 전날 사놓은 에너지바와 물 한병을 들고 갔다. 등에 메는 가방이 있었다면 편하게 넣어갔을텐데 모두 바람막이 앞주머니에 넣어서 불룩한 상태로 걸었다.




에너지바
보온 패딩


급할 것이 없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천살쯤 먹은 할아버지 나무들을 지나쳐서 가다보면  맑은 치톤향과 경치도 익숙해질 정도가 된다. 그럼 중간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트레일 코스들이 보이는데, 다른 곳으로 빠지고 싶은 유혹이 든다. 그걸 뿌리치고, 직진. Redwood Creek은 네개의 자그마한 다리가 있다. 브로셔에는 다리 네개까지 찍고 오는 것이 가장 무난한 코스인가보다. 브로셔 지도에는 거기까지 소개가 되어 있다.



표지판
올려다보기


그렇게 편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무작정 앞으로 걷다보면 Ben Johnson Trail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출발점부터 30분 정도 경과. Ben Johnson Trail로 접어들면 오르막길이다. 처음에는 야생동물 (맹수류)이나 가파른 등산로를 걱정하면서 왔으나, 경사의 힘든 정도는 대모산 둘레길과 다를 바가 없다. 등산이 아니라 산책. 다만 덩치큰 사람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부딫힐까봐 걱정하면서 걸을 필요가 없는 넓은 등산로, 높은 나무, 햇빛을 보기 어려울 정도 빽빽한 세콰이어 나무들은 여기가 우리나라가 아닌 먼 이역땅인 것을 잊지 않게 해준다.



나무 터널. 표면이 까만 이유는 불에 탄 흔적.
나무 다리를 가로 박고 있는 쓰러진 나무


Ben Johnson이 아마 이 트레일 코스를 개발한 사람일 듯 하다. 벤 존슨. 88올림픽 100미터 1위로 들어왔으나 약물 도핑에 걸려서 금메달이 박탈된 캐나다 육상 선수와 우연히 이름이 같다. 트레일 코스는 우리나라 둘레길보다 넓고, 단단하게 정비되어 있다. 이 산속에 누가 와서 이렇게 만들어놓은 걸까. 정선의 하이원 석탄길을 연상하게 한다. 



파노라마 비유

출발점부터 1시간 30분을 걸었을까, 왜 여긴 벤치가 없을까 궁금해하던 차에 벤치를 발견. 앉아서 에너지바를 먹고 있으려니, 한 무리의 가족을 만났다. 카메라를 든 아저씨 다음으로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어디 가냐고 물어보니 벤존슨 트레일 다음 딥시(Dipsea) 트레일 코스로 다시 Visitor Center까지 돌아갈 생각이란다. 나도 처음에는 중간에 지치면 돌아갈까 했는데, 그리 경사도 심하지 않고, 시간도 급할 것이 없어서 그 가족들을 따라가기로 작정했다.


트레일 표지판


사진에 앞서가는 가족의 뒷모습이 보인다. 여기까지 왔다면 다들 왔던 길로 가는 것보다 딥시 트레일로 비지터센터에 돌아가는 것을 강추한다. 그럼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Dipsea 트레일. 멀리 태평양이 보인다.


멀리 태평양이 보인다. 중간에 이정표가 있어서 쉽게길을 잘 찾을 수 있다. Dipsea Trail은 걷기 좋고, 옆으로 나 있는 Deer Park Fire Road는 마운틴 바이크를 탄 사람들과 마주친다.  Fire Road가 넓어서 편하기는 하겠지만, 좁은 Dipsea Trail이 더욱 정겹다.

딥시 트레일 파노라마 뷰


사람들이 없는 곳을 혼자 걷다가 한무리의 가족을 만나니 가족들 생각이난다. 몇 주간 출장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있으니 새삼 가족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출장을 나오면서 비행기에서 본 영화가 있다, _Thank You for your Service (2017)_ 현재 미국 영토내에 70만명의 미군들이 중동 등에서 근무를 하고 복귀한 상태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단다. 길게는 몇달간 가족을 떠나 먼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그에 비하면 나는 편하게 지내는거라고 위안을 삼고, 나중에 가족들 데리고 한번 와 볼까 상상을 해본다. 그러나 이렇게 많이 걸야하는 하는 곳은 분명 싫어하겠지?


표지석. 직관적이다.
딥시 트레일의 트인 하늘

벤존슨 트레일에서 딥시로 바뀌는 지점부터는 내리막이라서 그리 힘들지 않다. 등산화가 필요 없고, 운동화면 충분하다.

트레일에서 흔히 보이는 야생화
야생화

마냥 걷다 보니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온다. 출발할 때 지나쳤던 기프트샵에 들러봤다. 사면 짐만 되니까 그냥 구경만 했다. 기프트샵에 스프, 커피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3시간 자연에 있다보니 도시의 편안함이 그리워진다. 역시 사람은 간사한 존재.  

기프트 샵의 맥가이버칼. 미리 새겨넣은 이름. 내 이름은 없었다.
나무 곰

다시 일상으로 고고!! 고고!!


골든게이트 브리지
다운타운 Sutter Str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