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16, 2018

[샌프란시스코] Angel Island (엔젤 아일랜드)

샌프란시스코에 출장을 자주 오다보니 이제는 투어 가이드를 할 정도가 된 듯 하다. 평일에 열일하다보면 주말에는 아무 생각 없이 호텔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크긴 한데, 그래도 일찍 일어나고 기운을 내서 걷는다. 본능인가. 들어가는 나이에 따른 자연의 섭리인가. 갈수록 차를 타는 것보다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재미있어진다. 

유현준 교수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저서에서 "이벤트 밀도"를 정의하고 사람들이 걷기 좋아하는 도시를 설명했다. 너무 쉽게 메트릭을 만들었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의 창의력과 재미있는 분석이 좋다. 

1분마다 울려대는 메시지, 노트북 창 구석에서 밀려 올라오는 메시지창, 쓰고 있는 메신저가 몇개인지. 회사 메신저, 카카오톡, 페이스북, 슬랙, 메타모스트. 현대인은 이벤트의 홍수속에 살고 있다. 도심의 거리를 걷다보면 많은 사람들, 많은 상점과 간판들. 가끔 이벤트 밀도를 좀 줄여줘야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주말에는 공원을 찾나보다.


엔젤 아일랜드 입구
천사들의 섬.
이름만 듣고 가고 싶지 않은가.

예전에 뮤어우즈 공원 갈때 미리 주차장 티켓을 구입했던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도 섬에 가는 페리 티켓을 예약하였다. 매우 쉽게 인터넷으로 살 수 있다. 프린트까지 해놓으면 편리하다. 나중에 보니, 내가 갔던 날 (토요일) 에는 승객이 많지 않아서 티켓을 미리 살 필요까지는 없었다. 배안에서 현금으로 티켓을 팔고 있었다.

토요일 아침 9:20 페리 하우스(Ferry House)에서 출발이라고 해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페리 하우스로 향했다.


페리 하우스

페리하우스가 숙소에서 가까와서 여기로 온 것 뿐인데, 페리의 경로가 "페리하우스 - Pier 41 - 엔젤 아일랜드" 라서 뷰가 좋은 자리에 앉아 차가운 바다 바람과 좋은 경치를 구경하려면 출발지인 페리하우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페리 하우스의 안내판

페리하우스 안내판에는 노선과 페리를 운영하는 회사별로 안내가 된다. 그러나 엔젤 아일래드를 운행하는 Blue & Gold Ferry가 안내판에 나오질 않아서 순간 당황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대표 키오스트 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평일 낮시간만 안내 전화를 운영한다는 기계음만 나온다.

페리가 들어오는 도크가 몇개 보이는데, 시간이 될때까지 기다렸다. 예전에 페리로 소살리토를 갔던 기억을 되살려 대책없이 게이트를 찾아봤다. 주변에 많은 노점들이 바쁘게 아침 장사를 준비한다. 거의 출발시간이 되서도 배가 보이질 않아서 포기하고, Pier 41으로 걸어갈까 나오는 순간, 멀리 사람들이 줄 서 있고, 블루앤골드 페리가 도크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게이트 B

게이트 B로 거의 정시에 배가 들어온다. 게이트 B는 소살리토로 가는 페리를 타는 게이트와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안쪽에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역시 사람은 눈치가 있어야 하는데. 하마터면 놓치고, 중간 기착지인 피어 41으로 갈뻔 했다.


페리 1층 실내

페리는 3층으로 되어 있다. 2, 3층은 실외라서 경치가 좋다. 다만, 베이의 차가운 바람을 그대로 맞고 가야 한다. 이번에도 덕다운패딩을 트렌츠코트 안에 입고와서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9월 중순, 우리나라는 아직도 덥고, 산호세도 낮에는 덥지만, 샌프란시스코만큼은 항상 패딩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특히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일수록.


샌프란시스코 전경

베이는 바람이 매우 거세다. 오전 기온이 10도~15도 정도인데 바람이 매우 세서 춥다. 그러나 파도는 그리 높지 않다. 태평양의 거센 파도를 호리병처럼 둘러싸인 육지가 잘 막아주기 때문인 듯.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와 주변 섬, 도시들이 최적의 항구 도시가 될 수 있다. 15분 걸려서 피어41, 또 15분 걸려서 엔젤 아일랜드에 도착. 중간에 승객들을 태우는 시간을 고려하면 약 40분 정도가 걸린 듯 하다.


비지팅 센터

엔젤 아일랜드. 2천년 전에 원주민들이 살았던 흔적도 있다고 하는데 18세기 스페인 사람들이 상륙한 기록이 최초이다. 처음 이 곳의 이름은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Los Angeles 라고 불렸다가 천사섬 (엔젤 아일랜드)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군사 요충지여서 미해군 주둔지였고 90년대 중반까지 미사일 기지가 배치되어 있었다. 20세기 초에는 미국으로 이민오는 사람들이 머물렀던 캠프가 있었고, 콜레라 등 전염병 걸린 환자들을 가두기 위한 곳이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캠핑 장소와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는데, 접근성이 그리 좋지 않아서인지 관광객이 많지 않다.


바베큐 플레이스

선착장에 내려서 좀 걷다보면 개인 보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들러서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곳을 지나게된다. 멀리 보트 선착장이 보이고, 바로 오픈된 공간이 있다. 우리 나라도 이런 곳이 생길 수 있을까? 야외 활동을 매우 좋아하는 서양 사람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데, 토요일인데도 썰렁하다.

짐작하건데 내가 타고온 페리는 관광객들이 주로 타는 대중 교통이라서 개인보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섬의 다른 쪽을 이용할 수도 있다. 유현준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오픈된 공간보다 적당히 가린 곳을 찾는다고. 오픈된 코엑스보다 적당히 코너가 많이 있는 곳에 카페 거리가 형성되는 것과 같은 이치란다.



트레일 시작 포인트

역시 한국 사람은 무조건 정상을 가봐야지. 섬의 최정상은 리버모어산 (Mt. Livermore) 으로 약 788피트(240미터)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트레일 코스의 경사가 매우 완만하고 꼬불꼬불 조성해놔서 많이 걸어야 한다. 10시쯤 엔젤아일랜드에 도착했고, 배가 떠나는 12시쯤까지는 정상을 찍고 내려와서 Pier 41에 가서 간단히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계획대로 되질 않았다.


표지판

섬에 도착하면 페리 선착장 근처 화장실에 지도와 간단한 설명 브로셔가 있다. 또 안내 표지판도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잃어버릴 수가 없다.


트레일코스

트레일코스는 어르신들도 쉽게 올라갈 수 있을 정로도 매우 완만한 경사이다. 중간까지는 나무들이 해를 가려줘서 시원하다.

중턱

중간쯤 가면 탁트인 해안선이 보인다. 선셋 트레일 이름처럼 해안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멀리 샌프란시스코 시티 스카이라인과 골든게이트브릿지가 보인다.

정상에서 전경

그러나 역시 캘리포니아. 햇살이 따갑다. 선블럭과 모자는 챙이 넓은 모자는 필수이다. 가끔 몸에 달라 붙는 운동복과 트레킹 운동화로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속도를 내서 지나간다. 이 정도는 동네 뒷산 높이인데 복장은 투르 드 프랑스 다.

샌프란시스코 시티와 베이 브리지

샌프란시스코 앞 바다에 알카트라즈

정상에서 잠깐 경치 구경하고

선인장꽃

나무 터널

캠핑공간

바베큐 파티

아이 친구들을 매개체로 모인 듯한 바베큐 파티. 한쪽은 아시안, 한쪽은 백인. 정확히 구분해서 앉아있다. 아이들은 섞여 있고. 고기 굽는 냄새는 염치 불구하고 나도 좀 달라고 가서 말하고 싶을 정도.

구두

총  3시간 30분 걸었다. 페리하우스를 9:20에 출발하여, 엔젤아일랜드로부터 돌아오는 페리는 2:20. 피어41 샌프란시스코에 오니 3:10이다.

돛단배

블루 앤 골드

내가 탄 배는 아니지만 딱 저렇게 생겼다. 낡은 배.

피셔맨스 워르프 (Fisherman's Wharf)

광고

크랩 샌드위치 (Crab Sandwich)

도착한 후 먹은 점심. 가성비가 높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대략 9~10불. 식당에 앉아서 먹는 것보다는 저렴하고, 물가가 높은 샌프란시스코 관광지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일 듯.

케이블카

시차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케이블카를 타고 호텔로 가려고 있는데 그날따라 out of service. 대신 버스 타고 호텔에 돌아왔다.

트레킹 좋아하는 아재들은 한번쯤 시도할 만한 선택으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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