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19, 2016

나는 학생이다

아들이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아빠이기 전에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본 선배로서 도움이 될만한 말을 해줘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이런 저런 고민을 하게 된다.

고심 끝에 가장 먼저 도움이 될 말을 하나 생각해냈다.

"인생의 2쿼터까지는 투자를 많이 하라".

존 마에다는 그의 스승인 미츠 카타오카 교수로부터 인생은 4쿼터로 이뤄져 있다는 걸 배웠다.
(관련 글)

1쿼터 : 0~25세, 2쿼터: 26~50세, 3쿼터: 50~75세, 4쿼터: 76~100세

노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4쿼터까지 뛰게 되었다. 1, 2 쿼터를 열심히 뛰었고 운이 좀 따라줬다면,  3, 4쿼터는 보상이 투자보다 많은 시기이다. 물론 1, 2 쿼터에 대박을 터트려 3쿼터부터 보상만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3쿼터는 고통이 많은 시기이다. 보통 3쿼터부터 내리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뛸 수 있어서 괴롭다. 중요한 것은 3쿼터는 보상이 투자보다 커질 수 있지만,  여전히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여기서 투자는 부동산이나 금융 투자와 같은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부를 하거나, 보상없이 동료를 도와주거나 또는 새로운 human network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4쿼터로 이뤄진 대표 스포츠는 농구이다. 1쿼터는 워밍업을 하고, 2쿼터는 식스맨을 투입해서 주전들을 쉬게 해준다. 3쿼터는 승리를 위해 집중을 하고, 4쿼터는 승부수를 던진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

마에다 교수(오른쪽). 2004년 MIT Media Lab. MITs300 PDA로 찍은 셀카.
2003년 가을에 처음 마에다 교수와 인사를 했다. 서로 가까워진 것은 2004년 1월. 그는 내가 가족들을 한국에 놔두고 혼자 미디어랩에 온 것이 신기하고 도와주고 싶었단다. MIT 미디어랩 tenure 교수중에 인기 많은 교수는 한학기마다 200여명이 넘는 학생 신청자들을 검토하고, 수많은 게스트들과 만나야 한다. 그렇게 유명인 중에 하나였던 마에다 교수는 4명의 딸을 두고 있는 아빠이기도 했으니 (지금은 다섯), 가족을 떠나 타지에 온 젊은 동양인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내게 시간을 할애했나보다.

32세에 나는 그렇게 가족을 떨어져 지내면서 배우는데 투자했다. 그러한 투자가 나중에 보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우리 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마에다 교수는 2004년 A 기업의 요청으로 몇가지 설치물을 제작하고 납품하였다. 그런데 A기업이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그는 내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곧 그는 맘을 고쳐먹고, 이것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했다. 그는 당시 38세. 여전히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해야 하는 나이였다. A기업은 나중에 적절한 보상을 했고, 몇 년이 지난 후에는 advisory board로 그를 선임하였다.

단, 손해보고 일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투자는 아니다. 보상이 적더라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면 투자인 것이다.

작가: 왕멍
중국 문화부 장관이었던 왕멍. 그는 문화대혁명 시절 우파 글을 썼다는 죄명으로 16년간 신장지구에서 글을 쓰지 못하는 벌을 받고 유배된다. 16년 동안 위구르어와 한어를 번역하면서 지냈는데, 결국 복원되어 50대에 장관이 된다. 70세가 되어 써낸 책의 제목은 "나는 학생이다" 이다. 곧 4쿼터에 들어서 끝이 얼마 남지 않아도 여전히 배우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의 직업을 전직 장관, 학자라고 말하지 않고, 학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삶에 대한 태도는 독특하지만, 내 아들에게도 그를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서로 다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은 없다. 다만, 내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녀에게는 내 삶의 가치가 배우는데 있다고 말하고 싶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